영국 명문大에 韓國學 열풍

2014.04.27

"한국 사회의 시민(市民)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고, 원자화된 개인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헌신이나 윤리 의식도 빈약하다. 이유가 뭘까?"
23일(현지 시각) 영국의 명문(名門) 에든버러 대학에선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둘러싸고 온종일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에든버러대가 주최한 제2회 윤보선 기념 심포지엄 '민주주의와 시민'에서다. '근대 한국, 시민의 탄생' 을 주제로 발표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8세기 말 서구에서는 시민사회의 발전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형성에 기여했다"면서 "한국은 장기간의 봉건 통치가 19세기 말 균열하면서 정치적으로 자각한 시민 계층이 나타났지만 일제 식민 지배에 의해 발전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민사회 형성 과정의 왜곡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정당정치'를 발표한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당원(黨員) 숫자가 최근 10년간 200만에서 500만명까지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당정치가 가까운 장래에 안정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망했다. 크리스토프 블루스 브래드퍼드대 교수가 "양원제(兩院制)를 도입하면 정당 간 대결을 완화할 수 있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김 교수는 "안 그래도 비효율적인 입법 과정이 더 지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입헌 정치'를 발표한 마티아스 자크만 에든버러대 교수는 "9차례 개헌을 겪은 한국 헌법은 정치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역동성이 뛰어나고, 변화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건강하다"고 했다. 잦은 개정으로 비판을 받아온 우리 헌법이 나라 밖에서는 의외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강원택(서울대) 이연호(연세대) 교수도 한국 정치에 대한 발표에 나섰다.
제2공화국 국가수반을 지낸 윤보선(1897~1990) 대통령은 1924년 에든버러대에 들어가 고고학을 전공하면서 서구의 계몽사상과 민주주의를 배웠고, 1952년 설립된 한·영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스테픈 힐리어 에든버러대 국제 담당 부총장은 "에든버러 동문인 윤보선 대통령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어 한·영 교류 및 한국학 연구의 계기로 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구 명문 대학이 한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영국의 한국학 현황과 진흥을 둘러싼 논의도 쏟아졌다. 김승영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싸이를 비롯한 K팝과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셰필드대 한국학 전공생도 예닐곱 명 수준에서 작년엔 30명으로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중국은 중국어 교육기관인 '공자학당' 운영을 위해 에든버러대에 매년 50만달러(약 5억200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으로 한국학센터 설립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남 주영(駐英) 대사도 "에든버러대가 한국에 쏟는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한국학 연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 했다. 1582년 설립된 에든버러대는 철학자 데이비드 흄, '진화론'의 찰스 다윈, 소설가 코난 도일,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 등을 배출한 명문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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